티몬·위메프 사태와 정산, 결제 완료 뒤 돈이 머무는 곳
결제 완료 화면이 떠도 판매자가 돈을 받는 것은 정산이 끝난 뒤다.
결제와 정산이 어떻게 다르고 그 사이 돈을 누가 들고 있는지, 2024년 티몬·위메프에서 정산이 멈추자 무슨 일이 이어졌는지 정리한다.
이 글의 목차결제와 정산은 다른 일이다7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 완료’ 화면이 뜬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거래가 끝났지만, 판매자는 아직 그 돈을 받지 못했다.
결제한 돈이 판매자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돈을 들고 있는 곳이 따로 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이 구간이 2024년 여름 티몬과 위메프 사태 때 한꺼번에 드러났다.
결제와 정산은 다른 일이다
결제는 구매자가 물건값을 치르는 일이다.
카드 결제라면 카드사가 거래를 승인하는 순간 화면에 ‘결제 완료’가 뜬다.
정산은 그 뒤에 거래 내역을 맞춰 보고, 수수료를 뺀 나머지를 실제로 판매자에게 보내는 일이다.
결제가 끝난 시점과 정산이 끝난 시점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그 사이에 끼는 회사가 하나 더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는 남들 사이의 거래에서 대금을 받아 정산을 대신 해 주는 회사다.
쇼핑몰이 카드사마다 따로 계약하지 않고도 여러 결제수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PG사 덕분이다.
여러 판매자가 입점한 오픈마켓에서는 돈이 카드사, PG사, 플랫폼을 차례로 거친다.
플랫폼은 배송과 구매 확정, 취소 여부를 확인한 뒤 수수료를 빼고 판매대금을 판매자에게 보낸다.
기다리는 동안 돈은 누가 들고 있을까
정산을 바로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품이나 취소가 들어올 수 있고, 배송이 실제로 끝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돈이 어디에 있느냐다.
판매자에게 줄 돈이 플랫폼 계좌에서 회사 돈과 섞이면, 운영비나 할인 쿠폰 비용 같은 지출에 쓰일 수 있다.
그러면 앞선 판매자에게 줄 돈을 나중 결제로 들어온 돈으로 메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제가 계속 늘 때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새 결제가 줄어드는 순간 오래된 정산부터 밀린다.
이를 막으려면 판매자에게 갈 돈을 회사 돈과 따로 묶어 두어야 한다.
은행 같은 제3자에게 맡겨 두고 거래가 확정되면 판매자에게 보내는 방식을 에스크로(escrow)라고 한다.
판매자 A의 판매대금 100만 원이 플랫폼에 들어왔고 정산일은 한 달 뒤다. 회사 돈과 섞어 두면 그사이 60만 원이 운영비로 나간다고 본다.
- 판매자 A의 판매대금100만 원 들어옴
- 정산일 전 지출60만 원 · 같은 계좌에서 나감
- 정산일 전 새 결제100만 원 · 판매자 B의 몫
- A의 정산일100만 원 지급 · B의 몫 60만 원으로 메움
판매자 A
100만 원 받음제때 받음
판매자 B에게 줄 돈
남은 돈 40만 원줄 돈 100만 원 · 60만 원 비어 있음
- 판매자 A의 판매대금100만 원 들어옴
- 정산일 전 지출60만 원 · 같은 계좌에서 나감
- 정산일 전 새 결제30만 원 · 판매자 B의 몫
- A의 정산일70만 원만 지급 · 30만 원 밀림
판매자 A
70만 원 받음30만 원 밀림
판매자 B에게 줄 돈
남은 돈 없음줄 돈 30만 원 · 30만 원 비어 있음
- 판매자 A의 판매대금100만 원 들어옴
- 정산일 전 지출A의 몫에는 손대지 않음
- 정산일 전 새 결제100만 원 · 판매자 B의 몫
- A의 정산일100만 원 지급 · 묶어 둔 돈에서
판매자 A
100만 원 받음제때 받음
판매자 B에게 줄 돈
남은 돈 100만 원줄 돈 100만 원 · 그대로 있음
- 판매자 A의 판매대금100만 원 들어옴
- 정산일 전 지출A의 몫에는 손대지 않음
- 정산일 전 새 결제30만 원 · 판매자 B의 몫
- A의 정산일100만 원 지급 · 묶어 둔 돈에서
판매자 A
100만 원 받음제때 받음
판매자 B에게 줄 돈
남은 돈 30만 원줄 돈 30만 원 · 그대로 있음
판매대금을 회사 돈과 섞어 일부를 먼저 쓰면, 정산일에 모자란 몫을 새 결제로 메운다. 새 결제가 평소대로 들어오는 동안은 멀쩡해 보이지만, 줄어드는 순간 앞선 판매자의 정산부터 밀린다. 따로 묶어 둔 판매대금은 새 결제와 상관없이 지급된다.
A는 정산일에 100만 원을 다 받았다. 그중 60만 원은 B에게 줄 돈으로 메웠다. 새 결제가 평소대로 들어오는 동안은 이 구멍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가상의 금액이다. 수수료와 환불은 빼고 판매자 A의 정산일 하루만 따라갔다. 실제 사태의 금액이나 두 회사의 자금 흐름을 재현하지 않는다.
상품권이나 모바일 쿠폰 같은 선불 상품은 여기에 한 단계가 더 얹힌다.
돈은 지금 내고 상품은 나중에 받으므로, 파는 쪽과 발행한 쪽 사이의 정산이 어긋나면 이미 돈을 낸 사람이 상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2024년 7월, 정산이 멈췄을 때
2024년 7월 위메프와 티몬에서 판매대금 지급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정산을 못 받을까 걱정한 판매자들이 상품을 내리면서, 새로 들어오는 결제도 줄었다.
정산을 기다리던 판매자는 물건을 팔고도 다음 재고를 살 돈이 모자랐다.
여행과 숙박 상품을 산 소비자는 예약이 취소될까 걱정했다.
7월 25일 위메프 본사에는 환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렸고, 다음 날까지 위메프에서만 2천 명 안팎이 여행상품 대금을 현장에서 환불받았다.
정부도 같은 날 관계부처 긴급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산을 위해 들어온 돈이 정산에만 쓰이도록, 은행 등과 에스크로 계약을 맺게 유도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미정산액은 7월 25일 2,134억 원에서 7월 31일 2,745억 원으로 늘었다.
정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까지 더하면 세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6월에 결제된 거래의 정산일이 8월에 돌아온다는 것은, 결제부터 정산까지 한 달 넘게 걸리는 거래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 기간이 길수록 플랫폼이 들고 있는 남의 돈도 커진다.
정부는 상품권 쪽의 미정산 현황도 함께 점검했다.
선불 상품은 피해가 판매자를 넘어 이미 돈을 낸 소비자에게까지 이어지기 쉽다.
환불은 어디서 받았나
플랫폼이 돈을 돌려주지 못하자 소비자는 다른 창구를 찾아야 했다.
7월 29일부터 피해 소비자는 플랫폼 대신 카드사와 PG사에 직접 카드 결제 취소와 환불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카드 결제는 카드사와 PG사를 거쳐 승인된 거래라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 확인되면 그 경로를 거꾸로 따라 취소할 수 있다.
7월 31일부터는 일반 상품의 배송 정보도 PG사로 넘어갔다.
물건이 실제로 갔는지 알아야 취소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이후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갔지만 결말은 달랐다.
서울회생법원은 2025년 8월 티몬의 회생 절차를 종결했고, 같은 해 11월 위메프에는 파산을 선고했다.
회생은 법원의 감독 아래 빚을 조정하면서 회사를 계속 운영해 보는 절차다.
파산은 회사를 정리하고 남은 재산을 채권자에게 나눈다.
어느 쪽이든 판매자와 소비자가 받지 못한 돈을 그대로 되찾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 뒤로 바뀐 규칙
사태 뒤 정산 자금을 보호하는 제도가 바뀌었다.
2025년 11월 국회를 통과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PG사가 판매자에게 정산하거나 이용자에게 환불하려고 들고 있는 돈을 전액 외부에서 관리하게 했다.
외부 관리 방식은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가입으로 정해졌다.
은행 같은 곳에 맡겨 두거나, 신탁회사가 관리하게 하거나, PG사가 돈을 주지 못할 때 보험사가 대신 주도록 보험에 드는 방식이다.
맡긴 돈은 양도하거나 담보로 잡힐 수 없고, 다른 채권자가 압류할 수도 없다.
판매자가 이 돈을 먼저 돌려받을 권리도 생겼다.
PG사의 준비 부담을 고려해 시행은 법이 공포되고 1년이 지난 뒤로 정했고, 외부 관리 비율은 60%에서 시작해 해마다 20%씩 높이도록 했다.
연결된 서비스가 할 수 있는 일
이런 위기는 플랫폼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플랫폼에서 팔던 판매자, 그곳에 상품을 공급하던 회사, 그곳에서 팔린 쿠폰을 받아 주던 가맹점이 모두 연결돼 있다.
연결된 서비스가 상대 회사의 정산 문제를 직접 고칠 수는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손실이 들어오는 길이다.
영향받을 수 있는 상품의 신규 등록과 노출을 막으면 앞으로 지켜야 할 약속이 더 쌓이지 않는다.
이미 팔린 상품이나 발행된 쿠폰은 지금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된 범위만 고객에게 알리면, 고객은 무엇을 쓸 수 있고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게 된다.
막는 범위에는 대가가 따른다.
범위를 넓게 잡을수록 새 위험은 줄지만, 문제없는 판매자와 상품의 판매까지 함께 멈춘다.
| 조치 | 줄이는 것 | 대신 잃는 것 |
|---|---|---|
| 신규 등록 제한 | 앞으로 쌓일 약속 | 정상 판매자의 매출 기회 |
| 노출과 검색 내리기 | 상황을 모르는 고객의 추가 구매 | 이미 안전한 재고의 판매 |
| 확인된 범위만 공지 | 잘못된 정보로 생기는 2차 혼란 | 즉답을 기대한 고객의 불만 |
이런 조치는 위기가 닥친 뒤에 처음 정하면 늦다.
외부 플랫폼과 연결되는 기능이라면 상대가 정산을 못 하게 되는 경우를 미리 적어 두고, 어떤 상품을 내릴 수 있는지와 이미 판 상품의 상태를 어떻게 확인할지 정해 둔다.
결제와 정산을 따로 기록하기
커머스 기능을 직접 만든다면 결제 상태와 정산 상태를 따로 관리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 주문이 ‘결제 완료’여도 정산은 대기, 확정, 지급 완료처럼 다른 단계에 있을 수 있다.
장부에서도 판매자에게 줄 돈을 회사 매출과 섞지 않고 따로 기록한다.
그래야 지금 들고 있는 돈 가운데 얼마가 남의 돈인지 언제든 셀 수 있다.
판매대금을 직접 들고 있는 구조라면, 그 돈을 별도 계좌나 에스크로로 떼어 둘지도 처음부터 정해 둔다.
정산 주기를 짧게 잡을수록 들고 있는 남의 돈도 줄어든다.